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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양자 장의 진동으로 인한 우주 팽창(3)

 

양자 장의 진동으로 인한 우주 팽창

초기 우주의 급팽창이 양자 장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

 

 

 

양자 장의 진동으로 인한 우주 팽창

 

 

 

가장 작은 것과 가장 큰 것의 만남

지금까지 살펴본 이야기는 아주 작은 세계(양자장)와 아주 큰 세계(우주 전체)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초기 우주는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작고 뜨거웠기 때문에,

거대한 우주를 연구하는 우주론과 미시세계의 양자물리가 한 무대에서 겹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해, 우주의 탄생과 진화라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 양자장이라는 극미한 존재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의 과거를 보다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급팽창 동안 발생한 양자 요동이 훗날 별과 은하의 씨앗이 되었다는 예측은 오늘날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플레이션 이론에 따르면,

급팽창 시작 시점에 존재했던 작은 무작위 양자 흔들림들이 급팽창으로 엄청나게 확대되어

우주의 여기저기에 밀도 차이를 남겨 놓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급팽창이 끝난 뒤 우주가 정상 팽창 단계로 접어들면서

조금씩 다른 밀도 영역들이 중력에 의해 뭉치고 커져서 은하와 별이 되었다는 시나리오죠​.

우주배경복사(CMB)라고 불리는 빅뱅의 잔빛을 정밀 관측해보니,

하늘 전체에 온도가 아주 살짝씩 다른 점들이 있었고,

그 패턴이 이러한 급팽창의 예측과 잘 들어맞았습니다.

다시 말해 초미세한 양자장 흔들림이 거대한 우주 구조의 씨앗이 되었다는 증거를 우리가 하늘에서 찾아낸 셈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양자 씨앗들을 가리켜, 구름 속 먼지 알갱이가 빗방울이 맺히도록 돕는 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먼지 알갱이 하나 없이 구름 속 물방울이 크게 자랄 수 없듯이,

양자 요동이라는 먼지가 없었다면 우리 은하도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지요​.

 

한편, 급팽창 이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직접적인 증거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흔들림(밀도 씨앗)은 간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급팽창의 “확실한 족적”으로서 아주 초기 우주에 생성된 중력파를 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급팽창의 급격한 공간 팽창은 시공간의 물결인 중력파(gravitational wave)를 만들어냈을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우주배경복사 속에 남은 특이한 패턴(B-모드 편광)으로 나타날 거라고 해요​.

이러한 패턴은 아직 직접 발견된 적이 없지만, 세계 여러 곳의 연구팀이 민감한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측하며

그 희미한 속삭임을 포착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2014년 한 연구팀이 중력파 신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가

이는 우리은하의 먼지 영향으로 인한 오신호로 밝혀진 일도 있었지요.

 

그만큼 쉽지 않은 탐사입니다.

 

그래도 만약 이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찾아낸다면, 급팽창 이론은 더욱 확고한 증거를 얻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찾아도 이런 신호가 없다면, 인플레이션 이론에 새로운 의문부호가 붙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현재로서는 급팽창 이론이 우리의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유력하고도 매력적인 가설임에는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한 과학 기사는 “우주 급팽창 이론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기반 위에 있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남겨볼까요?

인플레이션 이론에는 사실 끝나지 않는 급팽창, 즉 영원한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념도 있습니다.

양자장의 붕괴가 일부 지역에서 일어나 우주를 탄생시켰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여전히 급팽창이 계속되어 무수히 많은 “우주의 거품”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는 곧 멀티버스(다중우주) 가설로 이어지는데, 아직은 이렇다 할 증거도 없고 상당히 추상적인 이야기이므로

오늘은 상상력에 맡겨두기로 해요.

 

작은 요동 하나가 만든 거대한 우주

 

지금까지 초기 우주의 급팽창과 양자장의 불안정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새삼 놀랍지 않나요?

우리가 사는 이 거대한 우주의 운명이, 보이지도 않는 작은 양자장의 미묘한 흔들림에 달려 있었다니 말입니다.

아기 우주의 균형을 깨뜨린 그 작은 요동 하나가 없었다면, 우주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지도 모르죠.

어쩌면 별도, 은하도, 우리도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넓은 우주 한복판에 우리가 존재하게 된 데에는

138억 년 전 벌어진 양자 세계의 사건들도 한몫 했다는 뜻입니다.

가장 작은 것과 가장 큰 것이 연결되어 있다니 참 멋진 그림 아닐까요?

물론 인플레이션과 양자장에 관한 이야기에는 아직 모르는 부분도 많습니다.

인플라톤 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그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등은

현재도 과학 탐구가 진행 중인 흥미진진한 미스터리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관측과 이론 연구가 계속된다면,

언젠가 우리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지금보다 훨씬 깊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오늘 이 글에서 함께 상상했던 양자장의 요동과 아기 우주의 풍선이야기가 한층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겠지요.

우주의 시작에 숨겨진 놀라운 아이디어들을 마음속에 품으며,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봐요.

저 먼 별빛 속에, 138억 년 전 그 순간의 흔적이 담겨 있을 테니까요!